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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보스톤에 대한 기억

by blondjenny 2009. 5. 16.

 

처음 보스톤을 갔던 건 아마 한 20여 년 전인 것 같습니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여느 관광객과 마찬가지로

하버드 동상 앞에서 사진도 찍었고요. 그 후 작년에 그 곳에서 큰 애 졸업식이 있어 참석했던 것까지

5번은 더 갔습니다. 처음에 갔을 땐 몰랐었는데 여러 번 가면서 좀 오래 묵으며 차를 렌트해 쓰는데 주차

공간이 부족해 불편한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었습니다. 우선 방문객이 차를 주차하려면 집 주소가 있는
관할 관청에 8불(약 만원)을 내고 허가증을 받고도 연속해서 3일을 주차할 수 없고 4일 째에는 다른 공공

주차장에 주차를 했다가 다음 날 다시 와야 합니다. 그걸 경찰이 일일이 지키고 있다가 벌금 딱지를

떼더군요. 또 학생들이 많이 사는 곳인데도 번듯한 수퍼가 없어 동네 작은 곳을 이용할 수 밖에 없는데

물건 유통도 잘 안되고 값은 또 얼마나 비싸던지요. 큰 애 말이 뉴욕이 물가가 비싸다고 하는데 뉴욕에서

먹는 저녁 값으로 보스톤에서는 점심 밖에 못 먹는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스톤은 하버드, MIT, 브라운 등 소위 명문 대학이 가까이 있는 곳이라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또 건물들이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며 묘한 아름다움을 이루는 보수적인 도시입니다.

많은 관광객의 편리를 위해 길 바닥에 돌이나 페인트로 선을 그어 놓아 그 선만 따라 가면 보스톤 시내의

명소는 안내 없이도 다 돌아볼 수 있게 해 놓았습니다. 그 길을 따라 여러 곳을 걷던 중 유태인 추모 기념관

앞에 발길이 멈췄습니다.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의 가스실을 재현한 듯 유리로 된 건축물 안에서는

수증기가 끊임없이 올라 오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 12년 전쯤 폴란드를 방문했을 때 유태인 수용소에

산더미같이 쌓인 사람들의 안경과 신발과 사람 머리카락으로 짠 조끼를 보며 소름끼쳤던 기억이 떠올라

더 끔찍했습니다. 그 대학살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어린 자녀들한테도 철저히 교육시키는 유태인의

나라 사랑에 존경과 부러움을 함께 느끼며 발길을 돌린 기억이 떠오릅니다.

*위 사진은 하버드 대학 근처에 있는 오래 된 성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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