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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뉴저지 집 주변 스케치 2

by blondjenny 2011. 4. 26.

 

뉴저지에 머무르는 동안 틈만 나면 공원을 산책하거나 주변 상가를 기웃거리며 뭔가 한국서 볼 수
없는 색다른 게 있을까 하고 돌아다녔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주말, 집 근처 작은 공원에서 벼룩시장이
열린다는 거예요. 그래서 작은 애와 함께 슬슬 걸어가 보았습니다. 물건은 주로 채소류와 과일, 집에서
구운 빵이 많았고, 어린 애들이 좋아할 장난감이나 머리핀, 귀걸이 같은 작은 악세서리 등을 좌판에
벌여 놓고 동네 사람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뉴욕의 벼룩시장에 비하면 그 규모는 형편없이 작았지만
그래도 아주머니들이 거기서 채소를 고르는 걸 보면 아마 싱싱하고 값도 조금은 저렴한 모양입니다.

며칠 후, 떠날 날이 가까워 오는 어느 날, 친척 동생이 맨해튼에서 미술대학을 다니는 아들과 그 아들의
친구까지 대동하고 저의 집을 방문하겠다고 해서 급히 집을 치우고 손님을 맞았습니다. 잠자리가 부족
하다 싶으니 아예 이불과 베개를 싣고 워싱턴에서부터 온 것입니다. 저녁을 먹고 들어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 보니 늦은 밤에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이튿날, 아침 식사 후 특별히 보여줄 것도 없고
해서 높은 언덕에 위치한 우리 아파트의 아래 동네를 가보기로 했습니다. 그곳은 바로 허드슨 강가에
위치해 있어 얼핏 보기에 비가 많이 오면 홍수가 날 것 같지만, 맑은 날에는 바로 강 건너에 맨해튼
스카이라인이 붙어 있어 경치가 정말 좋은 곳입니다. 물론 우리 아파트에서 바라보는 경치도 좋지만
언덕 아래 바로 코 앞에서 보는 경치는 또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물가의 비릿한 내음이 풍기는
가운데 이끼 낀 돌과 느리게 움직이는 배를 보면서 자전거를 타거나 걷는 기분은 이 근처 주민만이
느낄 수 있는 특권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잔잔한 강이 바로 옆에 있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다워
사진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길게 놓여진 철교 끝에서는 낚시도 하고 있었습니다. 실컷 눈과 마음의
피로를 풀고 상쾌한 기분으로 다시 언덕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좀더 있고 싶었지만 아직은
쌀쌀한 날씨에 뜨거운 커피가 생각나 집으로 가면서, 한 10분 정도만 걸으면 이런 아름다운 풍경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며, 짧지만 그렇게 우리 동네 투어는 막을 내렸습니다.

 

*위 사진은 허드슨 강가에서 바라본 맨해튼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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