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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발칸 1)

루마니아 드라큘라 성에 가다

by blondjenny 2014. 2. 28.

 

발칸 여행의 첫 관광지로 루마니아의 브란 성, 일명 드라큘라 성을 가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오래 전에 방문한

적이 있지만 저로서는 처음 가는 곳입니다. 성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드라큘라 성을 가는데 길 양 옆으로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카페, 기념품 점 등이 얼마나 많은지 관광객이 많이 찾는 곳이구나 하고 새삼 느꼈습니다. 성으로 

가는 길은 꽤 가팔라 연세 드신 분들은 숨을 몰아 쉬며 올라오셨습니다.

 

1897년 아일랜드 작가 브람 스토커가 흡혈귀 소설 드라큘라를 쓰면서 블라드 쩨페쉬 3세를 가상 모델로 삼았습니다. 

블라드 쩨페쉬 3세(1431-1476)는 재위 기간 중에 오스만 투르크 병사들을 잔혹하게 다뤄 악명을 떨치게 된 인물입니다. 

 일명 꼬챙이 처형의 달인이라 불렸는데, 죄수들이나 전쟁 포로들의 항문에다 긴 꼬챙이를 꽂아서 매달고 서서히 죽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는 매우 잔인하고 끔찍한 방식으로 죄인들을 처형했지만, 당시 오스만 투르크 제국이었던 터키와의 

전쟁에서 루마니아를 지켰기 때문에 루마니아 국민들은 블라드 쩨페쉬 3세를 지지하고 존경했습니다. 드라큘라의 

모델이 블라드 공이라는 사실에 대해 현지에서는 두 가지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관광수입이 늘어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조국의 영웅을 흡혈귀로 취급한다고 불쾌해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드라큘라 소설의 

모델이 된 블라드 쩨페쉬 3세가 잠깐 머무른 브란 성은 드라큘라 성이라고 알려지자 관광지로 유명해지기 시작

했습니다. 사실 이 성은 드라큘라의 성이 아니라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공격을 막는 요새로 지어진 성이었고, 후에는

합스부르크 왕가의 왕녀인 마리 여왕이 1920년부터 살았던 여왕의 성이었습니다. 성 안 곳곳에는 비밀 통로도

많았고, 외부로 통하는 비밀 출입구와 가파르고 좁은 계단들이 미로처럼 이어져 요새의 역할을 톡톡히 해냈으리라

짐작합니다. 성이 넓지는 않지만 방마다 특색 있게 장식되어 있고, 마당에는 마녀의 재판에 쓰인 큰 저울도 있어

볼거리와 이야기 거리가 많았습니다. 우리는 찬찬히 둘러보며 성이 이름처럼 그렇게 무시무시하지는 않은데 안도

하면서 가파른 길을 내려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