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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발칸 1)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 요새를 보고

by blondjenny 2014. 6. 17.

 

우리는 빗 속에 베오그라드에서 현지 가이드를 만나 관광을 하는데 이 가이드가 제 대학 후배였습니다. 유학을

왔다가  현재는 세르비아 여자를 만나 아이를 낳고 사는데 한국 말도 얼마나 경상도 사투리가 심한지 알아 듣기가

거북했습니다. 동유럽이나 발칸 여행에서는 한국 사람이 운영하는 상점을 가는 대신에 대부분 가이드가 버스 속에서

그 나라의 특산품을 팔더군요. 마치 한국에서 관광 버스 안에서 상품을 파는 장사치와 다름없어 보였습니다. 

베오그라드에서 꼭 봐야 하는 칼레메그단이라는 곳을 우산을 받쳐 들고 가이드 뒤를 따라 갔습니다. 칼레메그단은 

요새라는 뜻의 칼레와 전쟁터라는 뜻의 메그단의 합성어입니다. 칼레메그단은 동로마제국 유스티니아누스 1세

시절인 535년경 건축된 로마 시대의 요새입니다. 칼레메그단이 있는 자리는 1세기 로마가 지배할 시절부터 성이나

요새가 있었으며, 현재 남아 있는 요새는 많은 부분이 1740년대에 세워졌고, 붉은 성벽은 아직도 오래된 베오그라드

시의 경계선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도나우강과 사바강이 합류하는 고지대에 넓게 자리한 견고한 요새로 지금은

공원으로 변하여 시민들의 훌륭한 휴식처가 되어 있습니다.

 

3세기경 켈트 족이 처음 이곳에 요새를 세운 이후 로마, 슬라브, 오스만 투르크, 합스부르크 등의 지배를 거치면서

성벽에는 여러 가지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공원 내에 있는 오래된 성곽은 2000년의 역사를 가진 것으로 베오그라드에서

가장 오래된 곳입니다. 요새 끝자락에는 베오그라드의 심볼인 승리기념탑이 시가지를 내려다 보며 강 쪽을 향해 우뚝

솟아 있습니다. 해자에는 제 1,2차 세계대전 때 쓰였던 포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야외에 대포, 전차 등등 무기들이 비를

맞으며 줄지어 있더군요. 시계탑을 지나가면 4만 여 점의 각종 무기와 총기들을 전시하고 있는 군사박물관이 있습니다.

 

우리가 간 날은 비가 쏟아지며 바람도 불어 가만히 서서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민들이 가족들과 함께 나와 있더군요. 가이드가 함께 사진 찍기를 제안해서 우리 중 몇 몇은 사진도

찍었습니다. 날이 맑았으면 두 강이 만나는 것도 선명하게 보았을텐데 시야가 흐려 그저 뿌연 강물 밖에 안 보이고, 

강 둑에 서니 비바람이 몰아쳐 우산이 뒤집힐 지경이라 오래 머무를 수 없었습니다. 많이 아쉬웠지만 서둘러 보고 급히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