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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발칸 1)

보스니아의 모스타르를 보고

by blondjenny 2014. 7. 24.

사라예보에서 약 3시간을 달려 모스타르로 갑니다. 사라예보를 벗어나니 베오그라드서부터 그렇게 줄기차게 

오던 비도 그치고 햇살이 비쳐 어찌나 반갑던지요. 여행 중 비를 만나면 그 음울한 분위기가 나름 여행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도 하지만, 그래도 불편한 건 어쩔 수가 없습니다.

 

모스타르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 있는 도시이자 자치제이며, 헤르체고비나 지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중요한 헤르체고비나네레트 주의 주도입니다. 모스타르는 네레트바 강에 자리잡고 있으며, 이 나라에서 

다섯 번째로 큰 도시입니다. 모스타르는 네레트바 강 바로 위 다리를 지켰던 '다리 파수꾼들'을 뜻하는 

Mostari에서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다리는 1993년 11월 9일 10시 15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전쟁 동안 

크로아티아 방위 평의회 부대에 의해 파괴되었습니다. 크로아티아 군대의 사령관 슬로보단 프랄략은 

다리의 파괴를 명령한 것에 대해 구 유고슬라비아 국제형사재판소에서 재판 중입니다. 전쟁이 끝난 후 

도시는 국가적인 평등정책 하에 다스려지고 있습니다. 한 보스니아 정치인은 RTV 슬로베니아 인터뷰에서 

모스타르가 '크로아티아인과 보스니아인 사이의 벽에 의해 분리되었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네레트바 강을 사이에 두고 이슬람지역과 가톨릭지역이 나뉘어져 있습니다. 이 강은 크로아티아 국경을 넘어 

아드리아 해로 흘러갑니다. 1,088개의 하얀 돌로 만들어진 스타리 모스트는 '옛 다리'라는 뜻으로 1566년 오스만 

터키가 점령했을 때 9년에 걸쳐 만들어진 다리입니다. 1933년 보스니아 내전 때 파괴되었다가 2004년 국제적인 

도움으로 복구되었으며, 2005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되었습니다. 당대에는 저렇게 큰 아치 하나로 

연결된 다리가 없어 오스만 터키의 자랑이자 이슬람 건축의 쾌거였습니다. 24m 높이의 이 다리에서 관광객으로부터 

돈을 받고 다이빙을 하는 청년들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다리를 사이에 두고 2개의 첨탑이 있는데 모두 

다리를 지키기 위함입니다. 다리 주변에는 온갖 레스토랑과 이슬람 특산품 상점이 셀 수 없이 많아 관광객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이곳에서 우리는 약 1시간 정도 자유시간을 가졌습니다. 다리 밑 강 가까지 내려가 하얀 다리와 새파란 강물이 

대비되어 너무나 아름다운 풍경을 담고, 다리를 건너 다니며 알록달록한 스카프와 액세사리가 상점마다 넘쳐

나는 골목길을 정신 없이 돌아다녔습니다. 여기서 저도 긴 실크 스카프 2개를 기념품으로 샀습니다.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은데 질은 괜찮았습니다. 날씨까지 맑아 사라예보의 어두운 분위기가 한 순간에 밝고, 환한 

분위기로 바뀌었지만, 건물에 남아있는 총탄 자국은 그 당시 얼마나 전쟁이 치열했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어 

마음 한 편이 무거웠습니다. 이들에게 종교나 인종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를 갖는지는 모르겠지만, 전쟁의 

상처는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입니다.

 

*위 사진은 스타리 모스트(옛 다리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