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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발칸 1)

크로아티아 스플릿의 여운

by blondjenny 2014. 9. 18.

두브로브니크의 감흥을 가득 안고 다음 행선지인 스플릿으로 향했습니다. 전혀 사전 지식이 없어 어떤 도시인지 무척

궁금했지요. 3시간을 달려 막상 도착하니 바다에 면한 항구 도시였습니다. 한 쪽은 크루즈가 떠 있고, 다른 한 쪽은 하얀

성벽이 야자수를 가로수로 우뚝 서 있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스플릿은 달마시아 지방에서 가장 큰 도시로 이 도시의 아이콘인 디오클레시안 궁전을 중심으로 건설되었습니다. 로마

황제 디오클레시아누스를 위한 궁전이었으며, 오늘날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디오클레시안 궁전은

그저 유적지나 박물관이 아닌 도시의 심장부입니다. 관광객도 궁전으로 입장이 가능하며 흥미로운 발굴 현장 및 4개의

관문을 돌아볼 수 있습니다. 스플릿은 디오클레시안 궁전, 그레고리우스 닌스키의 동상,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이 주요

유적들입니다. 그런데 이 유적들은 모두 디오클레시안 궁전 안에 있습니다. 스플릿의 고고학 박물관에서도 로마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디오클레시안 궁전은 디오클레시아누스 황제가 지은 궁전인데, 황제는 이 지역 출신으로 말단 병사에서 출발하여 

군사령관까지 올라가 군대의 추대로 황제의 자리에 오르게 된 자수성가한 인물입니다. 이후 24년 간 로마를 통치하다

사위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이곳에서 여생을 보내려고 지었으나, 디오클레시안 궁전이 완공된 313년에 세상을 떠나

궁전의 완공된 모습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이곳도 1992년 1월 유고슬라비아 연방에서 독립을 쟁취하기까지 세르비아의

공격을 받아 안타깝게도 많은 피해를 보았다고 합니다.

 

그레고리우스 닌스키 주교는 10세기 크로아티아 종교 지도자로, 크로아티아 인들이 크로아티아 어로 예배를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을 한 사람입니다. 크로아티아에서 가장 존경 받는 종교 지도자 중 한 명으로, 그의 엄지 발가락을

만지는 사람은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설이 있어 그의 동상 앞에는 소원을 빌려는 사람들로 붐비고, 그의 엄지 발가락은

하도 만져서 반짝거리더군요. 저도 당연히 차례를 기다려 엄지 발가락을 만지며 소원을 빌었지요.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은 기독교를 박해하던 디오클레시아누스 황제에 의해 살해된 기독교 신자인 성 도미니우스를 

안타까워하던 크로아티아 인들이 그를 위해 지은 성당입니다. 그런데 이 성 도미니우스 대성당은 디오클레시아누스

황제의 영묘 위에 지어졌습니다. 그리고 황제의 시체는 대성당의 설계도가 나온 날 갑자기 사라졌고 지금까지도

발견되지 않고 있답니다. 여러 번의 위기로 건축이 지연되었지만 다행히도 7세기 완공되었습니다.

 

우리는 디오클레시안 궁전으로 들어가 구 시가지 골목을 누비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많이 파괴되었지만 그래도 그 

웅장함에 놀라며 크로아티아 사람들의 삶을 잠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 눈에는 하나하나가 다 소중한 역사의 한

장면으로 보였습니다. 궁전을 나와 석양에 반짝이는 바다와 항구에 정박한 배를 바라보며 야자수 아래 벤치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눈 속에 담았습니다.

 

*위 사진은 디오클레시안 궁전의 모습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