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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맨해튼에 도착하니 어느 듯 해는 지고

by blondjenny 2014. 11. 2.

 

 

남편의 휴가가 한 열흘 정도 남아 있는데 마침 아이도 직장 따라 뉴저지로 이사를 했고, 그래서

겸사겸사 미국을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휴일을 껴서 남편은 2주 만에 돌아가고, 저는 3주 조금 넘는 

일정을 잡았지요.  베이징을 거쳐 뉴욕 JFK공항에 도착하니 미국 시간으로 오후 1시 정도라 입국

심사를 마치고, 짐을 찾아서 차를 렌트하고, 뉴저지 아이가 있는 곳까지 가면 늦어도 오후 4시면

도착할 거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비행기에서 내려 보니 비슷한 시각에 도착한 비행기들이

많았는지 입국 심사 줄이 너무너무 길어 창구가 있는 아래층까지 내려가질 못하고 뱀같이 구불구불

위층까지 줄을 섰더군요.  수도 없이 이 공항을 드나들어도 그렇게 긴 줄은 처음였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었습니다.  그 줄 끝에 서서 차례가 오기만을 한없이 기다릴

수 밖에요.  오랜 비행과 어줍잖은 기내식으로 입맛이 없어 별로 먹지도 않았는데 더더욱 기운이 

쭉 빠졌습니다. 

 

그렇게 2시간이 걸려 겨우 심사관 앞에 섰는데 보통 다른 사람들은 열 손가락 지문을 다 찍고,

이것저것 질문도 하고 시간이 걸리던데, 다행히 남편과 제게는 왼손 네 손가락만 찍으라고 하고,

5월에도 왔던 기록이 있어서인지 아들이나 딸이 여기 사냐고 묻고는 서울에서 왔냐, 부산에서 왔냐고

묻더군요.  그래서 제가 부산도 아냐고 했더니 씩 웃고는 도장을 쾅쾅 찍어주었습니다.  마침내 짐을

찾아 차를 렌트하는 곳에 가니 거기도 줄을 길게 섰더군요.  거기서 또 한 시간이 걸려 겨우 차를

빌려서 밖에 나오니 이미 해는 지고 주위는 어둑해졌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남편도 뉴욕 왔다 간지 2년 정도 지나고, 하도 시간이 지체돼 정신이 없어선지

길을 잘못 들어 맨해튼을 관통해서 뉴저지를 가게 생겼습니다.  보통은 조지 워싱턴 다리를 건넜었는데

퇴근 시간에 맨해튼 복판을 지나려면 얼마나 차가 막힐지 안 봐도 뻔했습니다.  아이에게 전화를 걸어

아직도 멀었으니 기다리지 말라고 하니 4시부터 밖을 내다보며 우리가 오는지 기다렸다고 하더군요.  

덕분에 저는 맨해튼의 야경을 틈틈이 촬영을 했지요.  결국 집에 들어서니 저녁 7시 반이 넘었습니다.

 

아이는 우리가 입맛이 없을 줄 알고 된장국을 끓여놨더군요.  맛있게 먹고 겨우 정신이 들어 아이와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고, 바리바리 싸가지고 간 것들을 주섬주섬 가방에서 꺼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려 비로소 뉴저지에서 첫 날 밤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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