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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뉴저지에서도 나는 부엌데기

by blondjenny 2014. 11. 6.

 

 

뉴저지에 아이가 혼자 있다 보니 남편 친구와 주변 지인들에게 본의 아니게 신세를 진 일들이 있습니다. 

집을 구할 때까지 잠시 짐을 맡겨놓기도 하고, 주소지를 남편 친구네로 해서 우편물을 건네 받기도 하고. 

그래서 제가 온 김에 그분들께 식사를 대접하기로 했습니다.

 

우선 한국 마켓에 가서 배추와 무를 사다 김치부터 담갔어요.  사먹는 김치도 물론 나쁘진 않지만, 우리

식구들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 시차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부엌 일부터 하게 됐지요.  어떻게 여자들은

해외에 나가도 부엌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지 신기해요.  일단 김치는 익히는데 시간이 걸리니까 김치만

해놓으면 다른 메뉴는 초대 전날이나 당일 날 해도 급할 게 없지요.  한국 마켓을 가니 늘 이곳에서 장을

보는 교포 같은 생각이 들어 전혀 이질감이 없었습니다.  일단 산더미같이 쌓여 있는 과일들과 호객행위를

하는 점원이 없어 오히려 기분이 좋았습니다. 

 

우리 집 애들은 외국에 사는 다른 애들에 비해 비교적 국이나 반찬 같은 한식을 잘 만들어 먹는 편인데,

엄마가 오면 맛있는 한식을 먹을 수 있을 거란 생각에 한 일주일 전부터 거의 반찬을 하지 않고, 냉장고도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혼자 사는 살림이라 그릇도 큰 게 별로 없고, 김치를 담가도 저장할 용기가 없어

그것부터 사야 했습니다.  이래저래 불편함도 많지만 그래도 오래간만에 아이가 맛있게 먹을 거란 생각에

기분 좋게 음식을 만들었습니다.

 

김치를 담근 지 하루 반이 지나 알맞게 익어서 몇 가지 음식을 더해 손님들을 초대했습니다.  그런데

식탁도 4인용이라 손님들이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미안하지만 오시는 분께 교자상을 좀 갖고 오시라고

부탁을 했지요.  그렇게 해서 화이트 와인을 곁들인 조촐한 저녁 식사가 성공리에(?) 끝났습니다.  한 두

번은 더 다른 분들을 초대해야 하지만 일단 한 번 치르고 나면 같은 메뉴를 해도 되니까 부담이 좀 덜하지요. 

 

뉴저지 집은 허드슨 강에 면해 있어 맨해튼 뷰가 아주 뛰어납니다.  베란다에서 바라보면 요트도 보이고,

밤에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을 비롯한 마천루의 야경에 잠들기 아까운 풍경이 펼쳐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이 고단하니 시차도 별로 안 느끼고 마치 여기 사는 사람처럼 곯아 떨어졌습니다.  강 건너

맨해튼의 아름다운 야경도 저를 유혹하기엔 부족했나 봅니다.

 

*위 사진은 석양이 비치기 시작할 때 베란다에서 바라본 풍경입니다.  오른쪽에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도 보입니다.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불빛 색이 수시로 바뀌어 그 재미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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