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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LA 형님 댁에서

by blondjenny 2016. 4. 12.


LA에 사시는 남편의 형님 뻘 되시는 분은 피난 시절에 이북에서 남하하여 그 당시 부산에 계시던

시댁에서 몇 년 간 같이 사셨다고 합니다.  저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지만, 그 형님 분은 시댁에서

부산대 의대를 졸업하고, 미국에서 개업을 하신 내과 의사이셨습니다.  60이 조금 넘어 빠른 은퇴를

하신 후 지금은 편하게 여행을 즐기며 지내시지만, LA에서 한인 의사로서는 최초로 위내시경을 시술

하신 분입니다.  남편과 형님 분은 몇 년 간 부산에서 같이 지내셨기 때문에 서로를 생각하시는 마음이

각별합니다.  형수님 말씀이 형님의 친 동생보다도 제 남편을 더 허물없이 가깝게 생각한다고 하시더군요. 


저희가 시카고 살 때도 LA 형님 댁에 며칠 머문 적이 있습니다.  오래 전 아이들이 어렸을 때라 자세히

기억은 안 나도 형님 댁 바닥의 대리석 촉감이 차가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도 같은 집에 살고

계십니다.   이제 아이들은 출가를 하고 두 분만 사시니 늘 놀러 오라고 하시지만, 저희 아이들이

동부에 있다 보니 일부러  서부를 가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이번에는 큰 맘 먹고 LA와 샌디에고,

라스베가스 등 서부를 구경하기로 했지요.  형님 댁에서는 사무실이 딸린 큰 방을 내주셔서 과분할

정도로 불편함 없이 잘 지냈습니다.  남편은 형님분과 같이 골프도 치고, 와인도 마시고, 마당의 잡풀도

뽑고, 오랜만에 느긋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연세도 많으신데 박물관이나 식물원 등 뭔가 여행자에게

기억에 남을 구경을 시켜주고 싶으셔서 애쓰시는 모습이 오히려 저희에게는 부담였습니다.  앞으로

몇 번이나 더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래 기억될 귀하고 좋은 시간였습니다. 


*위 사진은 형님 댁 담을 넘어온 옆집 레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