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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소호와 트라이베카를 걸으며

by blondjenny 2011. 3. 10.

 

거리축제하는 곳을 지나 소호와 트라이베카에 들어서서도 우리는 핼로윈을 즐기는 많은 무리들과
마주쳤습니다. 특이한 복장과 분장은 여기가 미국임을 실감나게 하면서 동시에 사진을 찍느라 두손은
매우 바빴습니다. 거리에서 그림이나 악세서리를 판매하는 사람들도 핼로윈을 맞아 나름대로 분장을
하여 핼로윈 풍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였습니다.

소호(Soho)'라는 말은 'South of Houston'의 약자로, 휴스턴가의 남쪽에서 커낼가 사이의 브로드웨이
서쪽지대를 지칭합니다. 이 지역은 원래 공장과 창고가 많은 지역이었으나 대공황 이후 1900년 대
패션사업 관련 공장들이 업타운으로 이전하면서 빈 집이 많아지자 1960년 대를 지나면서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싼 임대료, 넓고 천장이 높은 창고나 다락방은 그들의 창작
공간으로 적절했기 때문이지요. 현재 소호의 특징인 창고로 쓰여진 주철의 단단한 건물들과 자갈이
깔린 거리들은 거주민들이 업타운으로 이주한 이후인 1850년 대에 등장했다고 합니다. 이 지역에
자리하고 있는 화려한 건물은 아랫층에는 아트 갤러리를 위한 전시공간, 그 윗층에는 유리제품
판매장이 있으며 그 위의 층에는 로드 & 테일러, 티파니 같은 회사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특히 그린스트리트는 소호 주철지구의 중심부 역할을 하는데 1869-1895년 사이에 지어진
주철건물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역사를 말해주는 아름다운 빌딩이나 유명한 식당, 바, 부틱,
갤러리, 인테리어 샾 등이 많이 있는 화려한 거리가 되었습니다. 새로 건축된 건물들과 오래된
정감어린 건물들이 조화를 이루어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곳에 '구겐하임
소호 별관'이 들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트라이베카는 911 참사가 있었던 그라운드 제로 바로 북쪽 지역으로, '커낼가 아래의 역삼각형 구역'
(Triangle Below Canal Street)이라는 뜻의 약자입니다. 그 면적은 매우 좁지만 수많은 갤러리나 음악
클럽, 최고급 레스토랑과 부틱, 상점들이 조화를 이루고있는 아주 매력적인 곳입니다. 트라이베카는
현재 소호, 첼시와 함께 뉴욕의 3대 갤러리지구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뉴욕에서 가장
큰 청과도매상들이 빼곡하게 들어서 있었다고 합니다. 1950년 대 이후 도시 재개발계획으로 청과상들이
브롱스지역으로 빠져나가면서 그 빈 창고자리에 예술가들이 들어오게 됩니다. 당시 유행했던 컨템퍼러리
미술가들에게는 창고로 사용되던 높은 천장의 건물과 불에 타지 않는 주철구조가 갤러리로서 안성맞춤
이었습니다. 그후 대부분 예술가들이 모이는 동네가 그렇듯이, 트라이베카도 예술적 분위기의 최고급
주택지역으로 서서히 발전하게 됩니다. 땅값이 비싸다는 맨해튼에서도 최고 비싼 지역으로 월스트릿과
도보거리일 정도로 매우 가까우면서도, 온갖 편의시설과 주거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 부유한 증권가
직장인들이나 변호사, 의사들에게 인기가 많고, 단위면적 대비 임대료가 가장 비싼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고급 퓨전 일식집 '노부'도 이곳 트라이베카에 있습니다. 특히 매년 5월에 개최되는
트라이베카 영화제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경제적, 심리적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영화 배우 로버트
드니로와 영화 감독인 마틴 스콜세지가 공동으로 개최하는 이 영화제는 그 두 영화인의 명성 덕분인지
이미 성공적인 영화제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수많은 영화가 이곳에서 찍혔는데 트라이베카 소방서에서
찍은 '고스트 버스터즈'도 그중 하나입니다. 딸 아이 직장도 이곳에 있어 더 관심이 가는 지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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