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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첼시마켓에서

by blondjenny 2011. 3. 20.

언젠가 한국 TV에서 뉴욕의 첼시마켓을 성공사례로 소개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이한테
시간되면 거기 한 번 가보자고 제안을 했어요. 그래서 주말에 날씨 좋은 날을 잡아 버스타고, 지하철
타고 첼시마켓을 찾아갔습니다. 밖에서 볼 때는 붉은 벽돌로 투박하게 지어진 평범한 건물였는데 안에
들어가니 공장을 개조해 상점과 레스토랑을 만들고 녹슨 파이프나 옛 간판이 그대로 하나의 인테리어로
이용되어 일반적인 현대식 건물의 실내와는 판이하게 달랐습니다. 화장실 조차도 옛날에 쓰던 공장
문짝이 달려있어 이색적였습니다. 그런 점이 이 건물의 매력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찾는 이유인가
봅니다. 우리가 갔을 때도 주말에다 유치원 아이들의 제빵실습이 있어 아이들과 어머니들이 일반
고객과 뒤섞여 통로가 엄청 붐볐습니다.

1997년 4월 문을 연 첼시마켓은 뉴욕의 재래시장으로 갤러리에 빵가게와 꽃집 등의 시장이 들어온 듯한
뉴욕식 문화공간입니다. 뉴욕 9번가에서 14번가에 걸쳐 있는 첼시마켓의 빌딩은 1890년에 세워진 것으로
'오레오' 쿠키 등을 굽는 오븐이 있던 비스킷 회사 소유였습니다. 로마네스크 스타일의 빌딩을 지은

내셔널 비스킷은 곧 미국 비스킷 생산의 절반을 공급했지만, 1958년 내셔널 비스킷은 회사를 팔았고

70-80년 대에 첼시마켓에서는 과자굽는 냄새를 맡을 수 없었습니다. 1990년 대에 건물주인 어윈 코언은

버려진 과자공장 건물을 새롭게 단장하기 시작했습니다. 그가 모은 금고 문짝 수십 개로 엘리베이터를

장식하기도 하고, 중앙 홀은 쓰지 않는 송수관과 인공 폭포, 낡은 간판, 기차 부속물 등으로 채웠습니다. 

대부분이 공사장 엔지니어들이 즉석에서 낸 아이디어였는데 오래된 공장을 현대식 사무용 건물로 바꾼

리노베이션 작업은 대성공이었습니다. 5만 6천여 평의 건물은 현재 식당, 상점, 클럽, 방송국 등에

빈틈없이 임대된 상태입니다. 매주 토요일에는 무료 살사나 탱고 강습이 열리고, 사진 전시회를

개최하기도 합니다. 이곳에서 파는 식재료들은 모두 품질이 뛰어나기로도 유명합니다. 과일, 채소,

생선,  고기 등은 맨해튼의 고급 식당과 호텔로 공급되며 갤러리를 장식할 만큼 특이한 모양의 탁자와

의자들이 곳곳에 설치돼 있어 구입한 음식을 맛보기도 좋습니다. 또한 건물 전체가 무선 인터넷이

공짜로  가능한 핫 스팟이고, 홈페이지를 통해 각 식당과 가게는 각종 이벤트를 알려 손님들을 끌어

모읍니다. 화력 발전소로 쓰이던 건물을 멋진 갤러리로 바꾼 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미술관과 함께

버려진 공장을 활력이 넘치는 시장으로 탈바꿈시킨 첼시마켓은 일반적인 상식을 뒤엎는 발상으로

살아있는 공간으로 성공시킨 관광코스이기도 합니다. 건물을 디자인한 건축가 제프 밴더버그는

'올 때마다 새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어린 아이의 눈높이에서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