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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몬마스 비치에서

by blondjenny 2011. 10. 5.

다음 날, 한 여름에 비치를 가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던 차에 날씨도 화창해서 우리 네식구는 마음이
벌써 바닷가에 가 있었습니다. 어디를 가서 무엇을 하든 넷이 모였다는 사실만도 기분 좋은데 바다를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너무 신이 났지요. 길에서 햄버거로 점심을 때우느니 아무래도 밥이 나을 것 같아
우선 밥을 지어 유부초밥을 만들고, 과일을 씻어 담고, 음료수를 챙기고, 아이들은 수영복을 챙기며
미리 걸쳐보고 깔깔대는 웃음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일 중요한 자외선 차단 크림과 모자,
썬글라스를 넣고 드디어 출발을 했습니다. 장소는 사실 어느 비치가 됐든 상관이 없었지만 지난 초
가을에 갔던 몬마스 비치를 가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규모가 크고, 집에서도 그리 멀지 않고, 한번

다녀온 길이라 길도 웬만큼 알아 적당한 것 같았습니다.

가는 동안 오랜만에 만난 자매들끼리 그 동안의 밀린 얘기들을 하며 뭐가 그렇게 재미있는지 조그만
일에도 웃음보가 터져 옆에서 듣는 우리도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2시간 가까이 달리니 드디어 줄지은
비치하우스가 보이면서 바닷가의 비릿한 내음이 풍겼습니다. 그런데 지난 번에는 비수기라 그랬는지
한적했는데 지금은 주차할 자리도 없이 빼곡하게 차가 꼬리를 물어 한참을 기다려 겨우 주차를 하고
들어가니 일인 당 7불(약 8천원)씩 입장료를 내라는 겁니다. 거기까지 가서 안 들어갈 수도 없고 하는
수 없이 28불을 내고 들어갔어요.

막상 들어가니 알록달록한 비치 파라솔과 비키니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원래 유원지는 너무

한가해도 재미가 없으니 많은 사람들 틈에 끼어 물이 가까운 모래사장에 가져간 큰 수건을 펴고 자리를
잡았습니다.  덩치가 산만한 아저씨, 아줌마들이 비치용 의자까지 들고와 앉아있거나 썬탠을 한다고
모래바닥에 퍼져있는 사이로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기며 물에 들어간 아이들은 파도타기를 하며 너무
즐거워했습니다. 파도가 밀려올 때마다 깡총깡총 뛰며 코에 물이 들어갈까 피하는 모습에서 그 동안
도시에서, 직장에서 찌들린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물에서 나오면 가져간 음식과 과일을
먹고 기운을 내어 또 들어가고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 새 해가 설핏 넘어가더군요. 우리는 대충 젖은 옷을
갈아입고 집을 향하는데 기분 좋은 피곤함에 고개가 절로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피곤하고 졸려도
운전대를 책임진 남편은 껌을 씹거나 창문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며 졸음을 쫓은 덕에 드디어 무사히
집에 도착했습니다. 기분 좋게 아까운 하루가 또 지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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