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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미국)

공원을 걸으며

by blondjenny 2011. 10. 16.

비치를 갔다 온 이틀 후, 큰애는 휴가가 끝나 베를린의 직장으로 돌아갔습니다. 1년 반 만에 만나 불과
일주일도 못 채우고 보내려니 마음이 너무 안쓰러웠지만 어쩔 수 없었습니다. 겨울에 한국으로 휴가를
오겠다는 약속을 믿으며 공항까지 바래다 주고 휑하니 돌아섰습니다. 집에 돌아오는데 맨해튼을 거쳐
오기 때문에 덕분에 차 속에서 늦은 오후의 맨해튼 풍경을 볼 수 있었습니다. 여러 번 보았지만 언제나
분주하고, 활기차고, 복잡하면서도 그 속에 많은 애환이 서려있는 빈부의 격차가 가장 잘 드러나는 그런
도시인 것 같습니다.

다음 날, 큰애가 떠나고 나니 마음 한쪽이 비어있는 것 같은데 작은 애도 침울한 표정으로 출근을 하고,
남편은 친구와 약속이 있어 나간 뒤, 저 혼자 집 근처 공원을 걷기로 했습니다. 여기 와서는 운동을

안해서 모든 근육이 다 풀리고, 어깨는 뭉치고, 여기저기 쑤시기도 해서 이제부터 걷기라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처음 이 집을 선택한 이유가 우선 작은 애가 맨해튼으로 출근을 해야 하는데 맨해튼까지
가는 버스가 바로 집 앞에 있고, 베란다에서 허드슨강을 건너 바라보는 맨해튼 풍경이 기가 막히고, 한
10분 정도 걸으면 큰 호수를 낀 넓은 공원이 있다는 점이 제일 맘에 들어서였습니다. 또 한국 마켓은
버스를 타야 하지만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큰 상가가 있어 다른 생필품을 구입하는 데는 불편함이 없어
보였습니다. 집이 고급스런 자재로 지어지진 않았어도 여러 모로 아이가 생활하기엔 적당한 것 같았습니다.

집에서부터 출발해서 그 공원을 한 바퀴 돌고 들어오면 딱 한 시간이 걸리니 그 정도면 운동량도 적당해
보였습니다. 여기 사람들은 아무리 햇볕이 따가워도 양산을 쓴다거나 모자를 쓰는 일이 흔하지 않아서
자외선 차단제를 듬뿍 바르고, 썬글라스를 끼고 걸음을 재촉했습니다. 평소에 남편은 저 처럼 걸으면 그건
운동이 아니라 노동이라며 빠르게 걸으라고 채근을 하는데 저는 그나마도 안 걷는 것 보다는 낫지 않냐고
항변하던 게 생각나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걸었습니다. 공원에 들어서니 시원한 분수가 내뿜고 초록색
풀밭이 주는 안정감에 마음이 벌써 푸근해졌습니다. 열심히 걷는 사람들 틈에 끼어 혹시라도 오리 배설물을
밟을까 발 아래를 주시하며 공원을 돌았습니다. 오리가 많다 보니 아무리 치워도 배설물이 항상 어딘가
있어서 조심해야만 합니다. 목에서 땀이 흘러내리는데 때마침 바람이 불어 얼마나 시원하고 기분이

상쾌한지 이제 매일 한 시간씩 걸어야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오늘은 집 근처 공원과 집에서 가까운
상가의 특이한 건물 위주로 사진을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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