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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중국, 타이완)

보봉호를 가다

by blondjenny 2011. 7. 2.

 

이튿날 아침, 깨끗하고 폭신한 침대에서 푹 자고 나니 좀 개운한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다리는
어제 보다 더 아파 건드릴 수가 없어 같이 간 선배 언니는 오늘은 지팡이를 짚어야 할 것 같다며
준비해 온 지팡이 2개를 꺼내 놓았습니다. 일단 아침을 호텔에서 중국식 뷔페로 먹는데 보기에
좀 색다른 음식이 있어 호기심에 몇 개를 집어다 한 개를 입 속에 넣었더니 오드득거리는 게 뭔가
이상했습니다. 같이 간 선배에게 접시에 남은 걸 보여줬더니 닭 발이라는 겁니다. 서울에서도
안 먹어 본 닭 발을 중국에서 그것도 아침 식사에 시식을 하다니 기겁을 했습니다. 그렇게 얼렁뚱땅
아침을 마치고, 출발 시간까지 시간이 좀 남아 사진기를 들고 호텔 밖으로 나왔습니다. 밖에는
관광객을 기다리는 버스가 줄을 지어 있고, 우리는 싸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호텔 주변 풍경을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오늘은 보봉호를 관람하러 간답니다.

보봉호는 댐을 쌓아 물을 막아 만든 인공호수인데 길이는 2.5㎞, 수심은 72m입니다. 아름다운
호수와 그윽한 주위 환경이 어울려 무릉원 절경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입구에서 25분 정도 걸어야
배를 탈 수 있는 선착장에 도착하게 되는데, 가는 길이 가파르고 어제 대협곡의 여파로 다리가 심하게
아파 걷는 것 조차 너무 힘들었습니다. 우리는 준비해 간 지팡이를 짚고, 미처 지팡이를 준비하지
못한 나이든 아주머니들은 지팡이를 사서 게걸음으로 걸었습니다. 입구에서 인력거꾼들이 관광객을
붙들고 1만원이라고 소리치며 호객을 하는데, 가이드 말이 타면 무조건 바가지를 쓴답니다. 이유인
즉, 한 사람 당 1만원이라고 하는데 가마 앞뒤로 두 사람이 있고, 타는 당사자까지 세 사람이므로
3만원을 내야 한답니다. 이건 또 무슨 계산인지? 너무 다리가 아파 정말 타고 싶었지만 그 말을
듣고는 억지로라도 걸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배를 타고 40분 정도 걸리는 유람은 마치 신선이 되어 무릉도원에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호수 안에는 작은 섬이 있고, 바깥 쪽으로는 기이한 봉우리들이 들어서 있어 옥색의 물과 기암이
이루어내는 풍경은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중간에 배가 나타나면 토가족 여자와 남자가 노래를
부르고는 집으로 들어가는 이색적인 장면도 있었고, 특이한 바위의 형상도 시선을 끌었습니다.
북경에서 들렸던 용경협도 떠오르며 어느 새 다리 아픈 건 잊어버리고 아름다운 풍광에 저절로
흥이 나서 사진을 열심히 찍었습니다. 그러나 호수에서 내려오는 길은 아주 가파르고, 계단에는
눈이 남아 미끄러질까 다리에 힘을 주니 가뜩이나 아픈 다리가 어찌나 아픈지 울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일행에서 뒤처지면 안 되니까 서로서로 괜찮으냐고 물으며 한 걸음 한 걸음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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