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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중국, 타이완)

장가계의 대협곡을 보고

by blondjenny 2011. 6. 13.

 

 

장사 공항에서 만난 가이드는 40대 초, 중반의 조선족 남자였습니다. 젊어서 사업에 실패하고 늦은
나이에 가이드 일을 시작했으며, 몇 년 전 마누라는 병으로 죽고 딸 하나는 누이 집에 맡겨 놓았답니다.
그래서인지 일정 내내 현지에 대한 지식은 부족하고 돈이 되는 옵션은 지나칠 만큼 강요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은 가이드가 추천하는 모든 옵션을 다 하려고 하는 경향이 있어 따로
움직이기 어렵더군요. 물론 비수기여서 35인승 버스에 11명이 타고 움직이니 우리는 좋지만 가이드나
기사 입장에서는 팁도 줄고 매상도 덜 올라 아쉬운 면이 있었겠지요. 관광객 대부분이 부부나 가족,
친구로 구성되어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다음 날 아침, 드디어 장가계를 향해 약 4시간에 걸친 버스
여행이 시작되었습니다.

차창 밖 풍경은 장가계에 가까울수록 산세가 유려하여 실제 그곳에 가면 얼마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을까
기대를 갖게 했습니다. 4시간 후 도착한 장가계 호텔 주변에는 한국인들이 많이 오는 곳인지 한글로
표기된 간판도 보였습니다. 짐을 옮겨놓고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역시 한글 간판이 여기저기 보이더군요.
점심은 중국식였지만 우리 입맛에 맞아 맛있게 먹었습니다. 식사 후 가이드가 일정표에 있는 관광지 대신
대협곡을 먼저 추천하여 우리는 그 결정에 따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대협곡은 옵션으로 추가로 40불을
내야 했고, 첫날부터 일정을 바꾸는 가이드의 처사에 좀 불만스럽기도 했지만 그곳 사정을 모르는

우리로서는 달리 방법이 없었습니다. 대협곡은 개발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아 자연의 멋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기는 하나 아직 관광지로서는 개발이 덜 되어 곳곳에서 인부들이 공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말 그대로 협곡이라 자연의 아름다움이 빼어났습니다. 깊은 산 속에서 바라보는 하늘에

매달린 눈부시게 아름다운 대형 고드름들은 자연이 만들어 낸 최대의 예술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까마득하게 내려다보이는 계단들, 마치 놀이기구처럼 높은 곳에서 엉덩이 부분에는 쌀부대 같은 것을

대고 양 발로 속도를 조절하며 한 사람이 탈 수 있는 대리석으로 만든 좁은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재미 또한 이곳에 오기를 잘했다는 말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 다음 날부터 생겼습니다. 미끄럼 때문에 갑자기 다리에 무리하게 힘을 준 탓에 허벅지와
종아리에 알이 배겨 걸음을 걷는 것 조차 고문였습니다. 평지는 그나마 괜찮지만 버스를 오르내리는

일이나 계단을 오르는 일은 죽음였습니다. 평소 운동을 많이 한 사람들은 고통이 덜 했지만 우리 같은

사람들은 지팡이를 짚고도 다음 일정을 소화하는데 너무 힘들었습니다. 더구나 이번 여행은 주로 산세를

보는 것이라 평탄한 길은 거의 없었습니다. 이런 코스는 마지막 날 해야 하는데 가이드의 미숙함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가이드에게 다음 팀을 안내할 때는 대협곡은 맨 마지막 날에 넣으라고

했더니 우리 보러 운동 부족이라며 들은 척도 안 하고 오히려 핀잔을 주더군요. 아무튼 다음 일정을

미룰 수는 없어 '아이구' 소리들을 하며 어기적어기적 걸었습니다. 고통 없이 한 걸음 한 걸음 떼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새삼 느꼈습니다.

*위 사진은 대협곡의 고드름이 맺힌 기막히게 아름다운 광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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