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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이야기 (일본)

벳부온천 지옥순례

by blondjenny 2012. 3. 13.

 

버스가 유노하나를 떠나 벳부 온천지대로 들어가자 멀리서부터 온천에서 내뿜는 하얀 김이 하늘로

올라가는 게 곳곳에 보였습니다. 온천지대니까 어느 한 곳만이 그런 게 아니라 근처 여러 곳에서

온천수가 솟아나는 모양입니다. 그 광경에서 벌써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경험하겠지 하는 기대에

조금 설레었습니다. 막상 도착해 보니 지옥순례라는 8가지 온천 중 일부를 구경하고, 족욕을 하는

게 전부였습니다. 실제 몸을 담글 수 있는 온천은 관광이 끝난 후 호텔에 딸린 대중 온천장에서

하라고 하더군요. 조금 실망했지만 다행히 두 노인분들이 피곤해 하지 않으시고 잘 따라와 주셔서

편안히 관광을 즐길 수 있었습니다.

 

벳부는 오이타 현에 위치한 유명한 온천 관광도시입니다. 하루에도 약 13만 톤의 뜨거운 온천수가

뿜어나오므로 용출량에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원래 벳부는 약 100년 전까지만 해도

뜨거운 온천수로 인해 '지옥'이라고 불리는 악명 높은 곳이었고 당연히 사람들도 별로 접근하지

않는 곳이었습니다. 벳부의 지옥온천은 화산활동에 의해 약 1천 2백 년 전부터 뜨거운 증기와

흙탕물이 분출되기 시작했는데 지하 300m에서 분출되고 있는 모습은 실제 우리가 상상하는

지옥을 연상케 합니다. 그러나 지금은 연간 1,0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하는 곳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곳 중 하나입니다. 미용효과가 있는 온천, 신경통이나 류마티스,

관절염에 효과가 있는 온천 등 다양한 특징의 온천을 즐길 수 있으며, 자연적으로 솟구치는

광경을 구경할 수 있는 관광상품으로 지옥순례도 있습니다.

 

지옥순례를 시작하는데 8개의 지옥이라고 불리는 온천 중 우리가 간 곳은 가마도지옥이라고 큰 돌

사이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온천입니다. 이 증기를 이용해서 달걀 15만 개를 부화시킬 수 있는

설비를 갖추고 있답니다. 들어가자 마자 기념품점을 통과하게 되어 이들의 얄팍한 상술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그곳을 지나니 바로 태극기가 걸려 있어 또 한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도

태극기를 보니 반가웠습니다. 곳곳에서 온천수가 펄떡거리고 김이 솟아오르는 모습에서 온천지대에

왔다는 실감이 났습니다. 그곳 사장님인지 하는 분이 담배를 피우면 지하로부터 김이 솟아오르는

신기한 광경도 보고, 파란 온천수에서 솟구치는 모습도 특이해서 연신 사진기에 담았습니다. 또 온천수

한 잔을 마시면 10년은 젊어지고, 증기는 인후에 좋다 하여 너도 나도 따라 했습니다. 우리도 온천수

한 잔 마시고, 증기도 쐬고, 족욕을 하며 삶은 계란도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습니다. 그런데 이곳

온천수가 어찌나 뜨거운지 발을 담근 지 얼마 되지 않아 종아리가 벌겋게 달아오르더군요. 그래도

그 동안 다닌 피로가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가뿐해져서 호텔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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