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해튼을 다녀오고 나서 가을이 더 깊어지니 오래 전 6년이나 살던 시카고를 떠나기 바로 전에 아이들과
농장을 다녀온 기억이 났습니다. 영어책에서 가끔 나오던 건초 마차타기, 호박으로 등 만들기, 애완동물
체험하기 등등 그런 풍경을 직접 보고, 동물들도 만져보고, 마차도 타며 얼마나 아이들이 즐거워했었는가
하는 데 생각이 미치자 계절도 비슷하니 뉴저지 근처에서 그런 농장을 다시 한 번 가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이젠 그런 걸 직접 체험할 어린 아이들도 없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을 것 같았습니다.
우리는 인터넷을 뒤져서 몇 군데 후보를 찾아보고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한 후, 그리 멀지 않고 다양한
행사가 열리는 농장을 한 군데 찾아냈습니다. 집에서 점심을 먹고, 간단한 간식과 음료수만 준비해가지고
길을 나섰습니다. 가는 도중에도 단풍이 제법 들어 울긋불긋 경치가 예뻤습니다.
한 시간 남짓 운전을 해서 농장 팻말을 따라 가니 경찰까지 동원돼서 차와 사람들을 정리할 정도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우리도 그 틈에 끼어 주차를 하고, 주황색 호박과 국화꽃이 핀 농장을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어린 아이를 동반한 부모들과 초등학생들이 스쿨버스로 단체로 오기도
했습니다. 커다란 호박을 몇 덩이씩 끌고 오는 어른들도 있고, 어린이용 동물 우리 곁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건초가 케익 같이 높이 쌓인 곳은 온전히 어린 아이들 놀이터였습니다.
집에서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게 테이블과 의자도 준비되어 있었고, 핫도그 같은 음식을 파는 곳도 있고,
작은 가게도 있어 농작물을 직접 살 수도 있습니다. 가격은 그리 싼 것 같진 않지만 싱싱하고 믿을 수는
있을 것 같아 우리도 거기서 꿀과 잼을 샀습니다. 이것저것 둘러보고 사진도 찍고 하는 동안 어느 새 날이
흐려지고 저녁 때가 가까워지니 싸늘해서 더 있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련한 추억 속의 풍경들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는 흐뭇한 마음으로 집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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