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나의 이야기 (동유럽, 독일)

프랑크푸르트 공항의 날벼락

by blondjenny 2012. 7. 3.


 

아랍 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 공항을 거쳐 마침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보다

1시간이 연착되었는데 작은 애는 예정대로라면 우리보다 1시간 30분 먼저 도착해서 우리 터미널

쪽에 와서 기다리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 휴대폰은 로밍을 안 했기 때문에 가이드 휴대폰

번호를 아이한테 알려주었는데 가이드 말이 '따님한테서 아무런 메시지가 없네요.'  하길래 저는

'잘 찾아오겠지, 무슨 일이 있으려고.'  하면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외국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 두 번 비행기를 탄 것도 아니고, 영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니 잘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5분 후에 가이드가 '메시지가 왔네요.'  하면서 휴대폰을 내미는데 '프랑크푸르트에서
합류하기로 한 00가 뉴욕에서 비행기를 놓쳐 이번 여행에 합류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는 메시지를

남편이 보냈더군요.  눈 앞이 캄캄해지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동안 비행기를 타고 다녀도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저는 가이드 휴대폰을 빌려 서둘러 남편과 아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이 말인 즉 공항 가는

지하철이 고장이 나고, 터미널이 바뀌어 결국 비행기를 놓쳤답니다.  그래서 다음 비행기를

알아보니 약 200만 원 가까이 들고, 도착한 날 저녁에 프라하로 가는 일정이라 어차피 프라하

관광도 놓치게 되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답니다.  미국에서 왕복 비행기를 취소하니

패널티가 약 30만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한국 쪽 여행사의 패널티도 만만치 않습니다.  출발

하루 전까지 취소의 경우 30%, 출발 당일 취소는 50%의 취소수수료를 떼고 환불을 해준다고

규정에 나와있습니다.  또 제 휴대폰이 아니라 맘 놓고 통화를 하기도 눈치가 보여 짧게 내용만

파악하고 끊으니 속은 더 답답했습니다.  저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들떠 있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어떻게든 올 방법이 없을까 싶어 선뜻 취소 결정을 못 내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버스로 움직일 예정이라 일행은 짐을 찾아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뒤죽박죽이 되어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긴 여정을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유럽을 여행할 거라는 부푼 기대가 산산조각이

나니 여행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빨리 돌아가고만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