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 에미레이트의 아부다비 공항을 거쳐 마침내 프랑크푸르트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예정보다
1시간이 연착되었는데 작은 애는 예정대로라면 우리보다 1시간 30분 먼저 도착해서 우리 터미널
쪽에 와서 기다리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습니다. 제 휴대폰은 로밍을 안 했기 때문에 가이드 휴대폰
번호를 아이한테 알려주었는데 가이드 말이 '따님한테서 아무런 메시지가 없네요.' 하길래 저는
'잘 찾아오겠지, 무슨 일이 있으려고.' 하면서 별로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미 외국서 오래
살았기 때문에 한 두 번 비행기를 탄 것도 아니고, 영어가 안 되는 것도 아니니 잘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한 5분 후에 가이드가 '메시지가 왔네요.' 하면서 휴대폰을 내미는데 '프랑크푸르트에서
합류하기로 한 00가 뉴욕에서 비행기를 놓쳐 이번 여행에 합류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는 메시지를
남편이 보냈더군요. 눈 앞이 캄캄해지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나 싶었습니다. 그렇게
오랜 동안 비행기를 타고 다녀도 한 번도 없었던 일입니다.
저는 가이드 휴대폰을 빌려 서둘러 남편과 아이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이 말인 즉 공항 가는
지하철이 고장이 나고, 터미널이 바뀌어 결국 비행기를 놓쳤답니다. 그래서 다음 비행기를
알아보니 약 200만 원 가까이 들고, 도착한 날 저녁에 프라하로 가는 일정이라 어차피 프라하
관광도 놓치게 되어 차라리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았답니다. 미국에서 왕복 비행기를 취소하니
패널티가 약 30만 원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한국 쪽 여행사의 패널티도 만만치 않습니다. 출발
하루 전까지 취소의 경우 30%, 출발 당일 취소는 50%의 취소수수료를 떼고 환불을 해준다고
규정에 나와있습니다. 또 제 휴대폰이 아니라 맘 놓고 통화를 하기도 눈치가 보여 짧게 내용만
파악하고 끊으니 속은 더 답답했습니다. 저는 여행을 준비하면서 들떠 있던 아이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어떻게든 올 방법이 없을까 싶어 선뜻 취소 결정을 못 내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버스로 움직일 예정이라 일행은 짐을 찾아 프랑크푸르트 공항을 떠나는 버스에 몸을
실었습니다. 그러나 제 마음은 뒤죽박죽이 되어 이렇게 불편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긴 여정을
버틸 수 있을까 고민이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유럽을 여행할 거라는 부푼 기대가 산산조각이
나니 여행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빨리 돌아가고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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